그건 정말로 감동적인 결혼식이었다. 사범대 동기인 인희의 결혼식 반주를 맡았던 것은 나에게 너무나 영광스러운 추억이었다. 인희와 그 신랑은 가난했다.결혼식도 시골의 작은 예배당에서 이뤄졌다. 주일 오후에 ---.
허름한 양복을 입은 신랑이 입장했고, 나의 웨딩마치에 맞춰 신부 인희가 입장했다. 식전에 신부를 보지 못한 나는 내심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다. 친구의 결혼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어떤 환상을 갖고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인희가 들어오는 모습을 본 나는 너무 놀라 그만 반주를 틀릴 뻔하였다.
하얀 웨딩 드레스가 아니라 그저 뻣뻣해 보이기만 하는 한복, 화장은 손수 했는지 평상시와 다를 게 없었다. 게다가 손에 든 부케는 한 송이의 장미였다. 그것도 교회의 꽃꽂이에서 한 송이를 빼어 든 것이었고 앙상한 줄기가 두 손에 꼬욱 쥐어 있을 뿐이었다.
아무리 가난하다 해도 이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너무나 예상 밖이었다. 나는 입장을 끝낸 친구의 얼굴을 힐끗 보았다. 어쩌면 울고 있을지도 모를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히려 내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평안한 얼굴, 너무나 행복해서 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얼굴로 내 친구는 서있었다. 그 옆의 신랑도 마찬가지였다. 사랑하는 이에게 모든 것을 다 해 준 사람처럼 너무나 당당했다. 내가 본 결혼식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혼식이었다.
며칠 후 인희는 반주의 답례라며 손수건 한 장을 주었고, 나 또한 두 사람의 행복을 여러번 빌어 주었다. 나중에 내가 비용을 물었을 때 "나? 삼천원. 머리는 할 줄을 몰라서 미용실에 갔었거든---."
그녀는 살림살이도 거의 쓰던 것과 중고를 사서 신혼을 시작했다. 자신이 모아 둔 결혼 자금은 어느 단체에 기증을 했다고 했다. 자신의 결혼의 기쁨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삼천원으로 치른 친구의 결혼식은 요즘 같은 때 내 가슴을 울리는 종소리가 된다.
(최미숙/천호동) [99년 11월 낮은울타리]에서 옮김.
|
|
삼천원으로 치른 결혼식